Friday, 4 June 2010

긴밤의 꿈

난 내 꿈을 좋아한다.




거창한 의미의 꿈이 아니라



정신 잃을 때 죽진 않고 살아는 있다고



몸에서 상영하는 짧은 영화있잖아. 잠 잘때 상영되는.



단편, 장편 상관없고



액션, 호러, 멜로, 에로, 장르 상관없고



출연배우 상관없고



좌,우 상관없고



배급사, 투자자 상관없고



장소 상관없고



내가 나오던지 말던지 상관없는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매일같이



일기처럼





필름은 돌아간다. 촤르륵.





한줄기 빛이 스크린에 투영되고



난 편히 앉아 그것을 감상한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발전하건말건 상관없이



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굉장히 재미있을꺼다



내가 진짜 정신줄 놓는 그 순간까지





오늘은 장편이었다



적당한 액션에 멜로에 에로에 호러의 복합



이라고 하기엔



사실 지금 전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나는 누군가와 길지 않지만 짧지도 않은 거리를 뛰었다는거



그리고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거





그리고 스쳐갔던 몇몇 인물들



그리고 지금 느끼기엔 그것이 나였음이



확실하지 않다는것.





아무튼



재미있었고



이번 역시 기립박수갈채를 보냈고





출연진과 감독이 나와서 인사를 하진 않았고



난 그 자리를 일어나 조용히 어두운 영화관을 나왔다.





빛에 바래 새하얗게 변해버린 오래된 전단지처럼



영화관을 나오고 빛을 받는 순간.





내 기억은 백지처럼 새하얗게 된다.



단지 그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





그 흔적을 손끝으로 따라가며



조금씩 되새겨 보려하지만



이미 사라진것은 사라진채로 두는것이



가장 그것다운 것이겠지.





꿈을 해석하고 뭐하고 어쩌고 하는데





난 그냥. 잠시.



나에 대한.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한.



내가 알게될 나에 대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오는것일 뿐.





그리고 그 순간이 굉장히 행복할 뿐.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항상, 매일 진심으로 감사할 뿐.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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