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 March 2011

가시나무

잘려나간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본다. 엉성하게 붙어있는 폼이 꼭 가시나무같기도하다. 이래서 전문의를 찾아가야되는데..후회해봐야 벌겋게 부어오른 접합부에선 시큼한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삶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보다 안정해 보였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처럼 영원할줄 알았다. 쉘터는 단단했고 나는 운이 나쁜놈도 아니었다. 우주왕복선은 무조건 성공하는 줄알았고 내가 응원하는 팀은 다 이기는 줄 알았고 내가 하는 일은 얼추 다 맞아들어가는줄 알았다. 내가 준비하는 일은 모두 좋아했고 내가 하는 행동들도 모두 좋아했으며 적당히 맞춰주기만하면 다들 절친이라며 반겨주었었다. 옥테탈의 규칙에 맞춰 8개가 꽉찬 전자처럼 변화를 몰랐고 변화를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변화가 필요없었으며 변화를 원하지도 않았다. 현실에서의 적응은 태어나서 엄마의 자궁을 벗어남과 동시에 더이상은 할 필요가 없을만큼, 내삶은 정말 진짜루 고요했고 적막했다. 그것을 즐기는 나였고 그렇게 대학가고 그렇게 취업하고 그렇게 결혼하고 그렇게 자식새끼를 키우고 그렇게 죽을 줄 알았다. 특이하고 튀지 않으며 마트 진열대에 놓여있는 과자한봉지만큼이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눈에 띄게 자부할수 있을만큼 난 안정에 안정한 삶을 살고 있었다.

지루하고 비루해서 죽겠다는 생각을 그때쯤하지 않았을까 싶다. 키바를 먹으며 손가락을 놀리고 큐대를 잡고 있을때 언제나처럼 부대찌게를 먹고 김치전에 소주를 한잔할때 미친듯이 지루했고 비루했으며 그런 삶을 열렬히도 지겹게 느끼기 시작했다.

소위, 막살기 시작했고 그때 만난 이가 바로 존.G 였다. 그의 본명은 아무도 몰랐다. 항상 우리는 그를  "쟈니쥐"라고만 불렀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가족들은 걱정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렇게 도가 지나치게 걱정하는 가족을 지나치게 혐오하면서 집을 나왔다. 부모님과 말다툼을 했고 여동생은 나에게 한마디 말없이 쏘아보기만 했다. 평생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하지만 사무일만 보셔서 고운 아버지의 손은 그날따라 유난히 매서웠고, 나의 거칠어진 두 손은 힘껏 아버지를 밀었으며 그후로 아버지는 신체의 절반을 잃으셨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보며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장면을 수없이 생각해 보았다. 염원했으며 소원했다. 뭐 그럴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더이상 세상은 그렇게 내 맘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께 뻗었던 손은 악마와 계약한 후의 악수였으며 그 대가는 아버지의 반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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