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4 February 2012

#1 산처럼 밀려있는 일기 <처음>

산처럼 밀려있던 일기를 쓰는 기분이다.
저 아래의 기억부터 차곡차곡 정리해보자.
그래서 쓰기 시작한다. 나의 밀린 일기를.

그 처음은 중학교 더운 방학 어느 날부터 시작한다.
봉사는 누구나 해야만 하는 것이었고, 왜 해야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단,
꼭 해야만하는 일이라고, 아 그보단 꼭 시간을 채워야만하는 일이라고,
내 한 몸 바쳐서 시간만 채워온다면
아빠엄마, 나, 담임선생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었다.
아하, 그랬구나 이제야 알겠다 주절주절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동사무소 앞에 서있었다.

터벅터벅 동사무소에 들어가니 커다란 어항에 커다란 이끼가 끼어있고 그보다 더 큰 금붕어가 조용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동사무소는 한적했고 고요했다.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구하던 나는,

결국 동사무소 화장실을 청소하게 되었다.

이 놈의 화장실 청소를 오늘 하루에만 몇명이 하고 갔을까.
더이상 청소하려고해도 청소 할 것이 없을만큼 깨끗한 화장실을 또 청소해야만 한다는 것은, 최소한 이 화장실 청소로 두 시간의 봉사시간을 얻어가야 한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첫 봉사활동이란 놈이 동사무소 화장실 청소라니.
더더군다나 동사무소에서도 할 일이 너무 없어서 시간때우기로 시킨거라니.
내 한 몸 바쳐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이렇게도 없다니.

나의 봉사에 대한 첫 인상은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하는 거라거나 시간을 때우는 일이었다고 말해도 억지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그것이 싫다거나 나쁘다고 생각했다거나 이런 더러운 시스템을 뒤엎어서 조금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개줄을 목에 건 애완견보다도 순종적이었고 개코원숭이에게 산수를 한 수 배워도 무방할만큼 뇌를 아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생애 첫 공식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동사무소만큼이나 한적했고, 애완견만큼이나 순종적이었던.

첫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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