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3 April 2011

그들이 말하지 않은, 말하지 않을.

낮잠을 잔다는 건, 나에겐, 주로 안방에서 이루어 지는 활동이다.

잠을 잔다라는 건, 나에겐, 무언가 다른 신비로운 활동이다.

꿈을 꾼다라는 건, 나에겐, 아무튼 없어선 안될 중요한 활동이다.


꿈이라는 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신 현상이고, 밝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정신 현상이기도 하다.


정말 궁금하긴하다. 어떤 의미인지, 어떤 내용인지.

잠에서 깨었을 때, 습관적으로 꿈에 대하여 더욱 기억하려 애쓰고 기록하려고 한다.

좋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로또 번호 찍으려고, 이런건 아니고

참 재미있다. 꿈을 좋아한다. 잠을 좋아한다.


낮잠은 보통의 잠과는 다른 종류의 꿈을 준다.

내 꿈에 나오는 배경들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며

같은 배경 안에 다른 스토리가 존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같은 배경의 꿈을 나는 꿈 속에서 알아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알아치린다 한들 머리를 굴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전부를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인다.


생각보다 꿈은 스케일이 크다.

생각보다 꿈은 미스터리장르가 많다.

생각보다 꿈은 백경(白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생각보다 꿈은 아쉬움을 남기고 아련함을 준다.


그래서 되도록 꿈 이야기를 주변에 많이해서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가끔은 꿈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기억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지만

8할 이상은 진실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오늘은 낮잠을 잤다. 안방에서.

날 무겁게 누르는 이불의 무게감이 좋고, 더블베드의 여유로움이 좋다.

파파의 체취가 날 편하게 만들고

침대만 있는 공간이 잠 안자고 뭐하냐고 쏘아보는 듯하다.

내 방에서 잔다면 벽에 붙어서 자는 것이 일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공간에서 난 또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언젠가 이런 꿈을 꿨다.

굉장히 커다란 자판기다. 엘레베이터를 타려면 자판기안에 들어가야 한다.

토이스토리를 봐서 그런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큰 성당이 보인다.

익숙한 성당, 곧 나는 이 성당이 꿈속에서 빈번히 나오는 장소임을 안다. 


어느 아이가 나에게 쪽지를 주고 유유히 성당안으로 들어간다. 분홍빛 무늬에 하얀 바탕의 조그만한 종이는

애석하게도 부채처럼 꼬깃꼬깃 접혀있다. 게다가 스테이플러로 굳게 속박시켜 놓은 쪽지는 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정갈하지 않은 글씨체로 나에게 애매한 말은 건넨다.

궁금하고 설렌다.

그래서 그 아이를 따라 성당안으로 들어가지만


항상 언제나처럼 나는 그 성당 안에서 길을 잃는다.

언제나 그랬다. 

그 성당은 항상 들어가면 길을 잃는 성당이다.


결국 그 아이는 만나지 못하고 

꿈은 끝이 난다.


하루종일 TV를 보는 아이가 미운 엄마가 무심히 꺼버리는 브라운관처럼

나의 꿈도 무심히, 무언가에 의해, 툭,

꺼져 버린다.


그래서 더욱 실망하고, 그래서 더욱 아련한게 아닐까.


꿈이라는 건 그들이 나에게 제공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며,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영화관 안에서 조용히 그 영화를 관람한다.


밝은 빛을 받으며 어두운 영화관을 빠져나오면,

빛이 바랜 포스터처럼 그 모든 기억이 하얗게 바래어져 버리고

그 기억은 흐릿한 흔적만이 남는게 아닐까.


그 흔적을 되짚어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또 잠을 잔다.


그렇게 또 필름이 돌아간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말하지 않을 영화의 필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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