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다리라고 불렀다. 흔히 말하는 육교를. 이 곳에 이사와서 처음 보던 구조물이었다. 그래서 줄곧 같은 것을 봐도 난 아직도 구름다리가 먼저 생각난다.
정말 오랜만에 매일같이 지나오던 그 구름다리를 건넜다.
가로등이 켜있고 간간히 차가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이 낯이 익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찍을 수 없었다. 현실적인 문제때문이었지만 비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내가 아직 이 곳을 추억할 시기가 아니구나' 나는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십년 전, 그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심야 영화가 재미있었고 순대국밥이 맛있었고, 나도 캡틴이 되는 것 같았다. 어디에서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고 다행히, 거기에서는 들어줄 친구가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이야기를 시작하고, 우리의 모의고사 성적은 초침이 기울듯 떨어질꺼라 생각했지만, 남아있는 추억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그런 곳이었다. 오늘 지나쳤던 구름다리는.
언젠가 다시 나에게 열리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은 내가 그 때를 추억해도 될 때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 구름다리는, 그 때까지 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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