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각 테이블 끝자락이 조금 날카로워 올리고 있는 발과 닿는 부분이 아프다. 그래도 이정도면 꽤나 편안한 자세다. 의자도 적당히 푹신하고 잔잔한 노래도 틀어준다. 여러가지로 잠을 청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지만 이 곳에서 잠을 자는 일은 상당한 수준의 쪽팔림을 이겨낸 자만이 가능하다. 여기는 스타벅스다.
나는 가방에 짐을 한 보따리 싼 채 이 곳에, 안전하고 안락하며 아늑한 이 곳에 커피 한 잔 시키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장 편안한 자세로 무위를 만끽하고 있다. 문득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렇게 마음대로 한없이 뭉개져도 되는 것일까? 라는 마음.
사실 나는 이런 상황을 굉장히 즐긴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것이 카페이고 그것보다 훨씬많이 빈 의자와 테이블이 존재한다. 그들은 그렇게 빈 의자와 빈 테이블을 만들며 자신들의 커피를 사 줄 잠재적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파리지옥처럼 우릴 유혹한다. 수 많은 파리들이 그 유혹을 못 이기고 끊임없이 들어간다. 이 곳이 파리지옥과 다른 한 가지는 돈만 있으면 자유를 준다는 점이려나. 아무튼 이렇게 잠재적 고객들을 위해서 카페는 커피보다 빈 의자와 빈 테이블을 만드는데 더욱 바빠보이는 것 같다. 나는 그 빈 의자 하나와 빈 테이블 하나. 서울 바닥에 수 없이 많은 것 들 중에서 작디작은 한 가지만을 점유하면 만족한다. 잠만 잘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파리들이 너무 앵앵 거린달까. 신경쓰인다.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당당하고 떳떳하다. 주눅듬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기세가 좋다. 다른 고객들은 이미 구매를 마친 따지고보면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효용가치가 떨어져버린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최소한 구매를 할지도 모른다는 바로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이 아니던가. 나에게 함부러 한다면 나는 그냥 나갈 것이고 그것은 그들의 빈 의자와 빈 테이블이 무위로 돌아간다는 말일 것이다. 한 마디로 난 잃을 것이 없고 상대방은 얻을 것이 없다. 이러한 논리로 난 쫓겨날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이렇게 편하게 몸과 마음이 아주아주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잠재적 구매 고객이기때문이다. 졸린데 잠깐 눈만 붙일까한다. 아 피곤하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