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7 December 2010

Page.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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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남자에게 없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교통비나
식대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축의금까지 돈 들어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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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복을 사고 나면 구두를 사야했고,
구두를 사고 나면 가방을 사야 했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양복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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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온갖 연말청구서가 몰아치는 12월이 되었고,
한 번 더 시험에 낙방하고 생활비도 거의 바닥났을
즈음 - 말하자면 역병처럼 크리스마스가 돌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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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결국 남자는 거짓말을 했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
그것이 자신과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침이 고인다』김애란 -


국내 여류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표현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한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가 맘에 들었다.

확실히.
표현이 섬세하다.
가슴속에 깊이 와서 박힌다.

'미래'가 어떻게 '완료'가 되는지 궁금해 하는.
그래서인지, 꽤 공감대가 잘 이루어졌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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