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잠깐만..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은 흐릿한 광경들. 여러명의 사람들. 조금 시끄러운거 같은데.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실루엣만 보인다. '누구지, 나는 여기서 뭘하는거지' 그러다 바로 내 앞에 있는것에 집중한다. '무슨 병같은데..'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지고 이내 그것이 소주병임을 알게된다. '여기는 술집? 내가 왜 여기있지..' 술집이름이 뭔가를 찾으려 사방을 둘러본다. 그러다 옆에서 '다같이 짠하자!'라는 소리에 나도 허겁지겁 8할이상 차오른 소주잔을 든다. 그렇게 입속으로 들어가는 소주는 아릿한게 목을 넘어가지만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아직 16도의 알콜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저 뜨겁게 나의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만이 느껴진다. 왠지 그 느낌이 싫지 않다. 그러다 창문에 써있는 것을 보았다. "이층". '아..맞다. 여기구나' 이제서야 나는 여기가 어딘지 알게된다. 다시한번 확인을 위해 내 휴대전화의 메세지를 확인해본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다. 기록을 믿어야 한다. 맞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게 맞다. 그 때, 11시방향에 앉아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뭐하세요~폰만보구 한잔해요~' 라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쌍커플이 없는 두 눈이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내가 발가벗겨있는것 같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보통 아이컨택을 좋아하는데 그녀와는 단 몇초도 그럴수 없는것이 신기하다. 왜지. 뭐가 다른걸까. 생각도 할 겨를 없이. 또다시 건배를한다. 건배를 한다는 것은 술잔만 부딫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눈을 부딫힌달까. 짧은 포옹같은 느낌이랄까. 차가운 소주잔이 맞닿을때 나는 상대방과 포옹하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소주는 또다시 뜨겁게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안주따위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저 고급 위스키를 마시듯 나는 소주의 알콜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온 정신을 식도에 집중한다. 천천히 나의 식도를 자극하며 내려가는 소주는 그렇게 위장에 도달한다. 그 순간까지 나는 온 정신을 인공조미료와 알콜에 집중한다. 그러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여기저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여러사람의 목소리가 혼합된다. 나는 결코 그 자리에서 돋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 계속 나의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그도 나를 모르지만 왠지 친숙함에 이끌린다. 왜그럴까. 생각하다 눈을 뜬다.
여기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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