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7 March 2011

계산끝

하드보일드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요즘 말마따나 TED적으로 봐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놈의 하드보일드 타령이야.라고 생각하셔도 어쩔수 없어요 오라버니.라고 말하는 강경하고 곧은 게다가 머리카락마저 한올의 흐트러짐 없이 고이고이 뒤로 넘겨 앙칼지게 묶어 놓고 몇시간동안 무릎꿇고 앉은 자세가 흐트러짐 없이 유지하는 똘망똘망한 여동생이 하는 말처럼. 진짜 무슨 소리하는거지?라고 그런 여동생 앞에서 앞섶을 열어 제끼고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피고 있는 철없는 오빠같이 대답하고 싶다. 하지만 난 어쨋든 어느정도 백미러같이,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하드보일드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결코 완벽하지는 않지만 결코 완벽해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새로운 삶을 사는 방식이었고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 코난도일의 홈즈처럼 치밀한 계획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흥적이고 행동적이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실행해오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해보았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많은 실패도 없었고 따라서 많은 성공도 없었다. 실패도 성공도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라 마치 이생 혹은 인새 뭐 이런식의 느낌이었던거 같다. 애매모호하게 굴러가는 찌그러진 굴렁쇠가 88올림픽 잠실운동장 한복판을 삐그덕삐그덕 굴러가는 느낌이었다. 이어령씨도 기가차겠지만 그걸 굴리는 나 또한 기가 찬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삐그덕거리고 있고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삐그덕이 삐그덕거릴 정도니까. 삐그덕조차도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삐그덕도 삐그덕거리면서 온전히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매형을 불렀다. 강남대로는 내 인생의 삐그덕과는 다르게 제대로 시원하게 길이 나 있었고 사람들도 제대로 꽉꽉차있었으며 도로위에 차들도, 간판도, 가게도, 술집안에 담배연기도, 술집 냉장고 안에 술병도, 학원속 사람들도, 바닥 가득 전단지도, 아무튼 강남답게 다들 시원시원하게 제대로인 느낌이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요"

"에이 또 그런다 먹고싶은걸 말해봐~! 낙지도 있고 족발도 있고 뭐 이 근처에 과메기도 있고 회도 있고"

"회가 좋겠네요"

"그래? 그럼 가자"

라는 식으로 술집에 들어갔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내놓았다. 짜잔. 빛의 속도는 일정하며 그보다 더 빠른것은 없고 그 외에 모든것은 상대적이다. 크기, 형태, 속도 심지어 시간까지도 상대적이라는 다소 혁명적인 논문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라는 말을 보면서 나랑은 많은 관계가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련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나는 너무 보잘것 없고 내세울것이 하나도 없다. 거울앞에 나는 가장 초라한 사람이며 내 얼굴은 왜 이렇게 생겼고 내 몸매는 왜 이런지 왜 멋진 옷은 한벌없으며 하나같이 부조화인것 같고 나의 성격마저 다시 재단하게 되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그녀는 그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던 말던 그딴거보단 이런게 더 내 삶을 좌지우지 하는것 같았다. 그녀 앞에 서기가 두렵다. 금세 실망하며 뒤돌아설것만 같다. 그러한 두려움이 자꾸 나를 몰아가고 그럴수록 술잔은 빨리 비워간다. 내 삶은 야구 경기가 아니다. 아닐까? 자꾸 전략을 짜고, 언제 도루를 할지 눈치보고, 상대 투수의 구속을 체크하고, 희생번트냐 뜬공이냐 시원한 홈런이냐를 따져야 하는 야구게임과 내 인생은 사뭇 닮은 듯 안닮은 이란성 쌍둥이 같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서 부산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먹힌만큼 쳐낸다. 그렇다고 내 인생을 그렇게 살 순 없지 않는가. 최소한의 실점에 최대한의 점수를 내고 싶다. 그렇게 손을 잡고 걸어가고 싶지만 여러가지 상황은 복잡하다. 공들여 찾아간 식당의 메뉴판 만큼이나. 세꼬시에 오징어를 먹을까 석화를 먹을까 매운탕을 먹을까 튀김을 먹을까 소주는 참이슬할래 처음처럼할래 후레쉬로 할래 쿨로할래 초장에 먹을래 간장에 먹을래 고추냉이를 풀래 안풀래

...

그래서 그런것들은 방망이로 다 두들겨 내쫓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빛의 속도는 일정하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내말은.

그냥 하겠다구.

그리고 계산은 매형이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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