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8 March 2011

중요한일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일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발생한다. 가령 오늘이 세계여성의 날이라는 사실이 뭐가 중요하겠느냐만은 그것이 굉장히 중요해지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란 말이다. 예상치 못한 우연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인연을 만든다.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언가 불안하고 무언가 잘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쉽게 들지 않는다. 사고활동이 원래부터 빠른것은 아니었지만 요즘따라 유독 더디게 진행되는것이 답답할때도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실제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뭐라도 해주고 그렇게라도, 조금이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너무 이기적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가? 그것도 아닐꺼라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렇게 행동하다보면 그렇게 믿게 되고 그러면 그렇게 행동한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또다시 행동이 생각을 만들면서 나는 그렇게 믿어가고 사실이 만들어진다. 아무튼 가끔은, 조금은, 때로는, 땡깡도 부릴수 있지 않은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많은걸 바라는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조금씩 다가가도 괜찮다. 바빠도 괜찮다. 그저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라는게 내 생각이고 그렇게 되는거라면 어떻게든 많은 제약을 걸어 놓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생각으로 나는 계속 연락을 한다. 그리고 전파를 통해 커피한잔을 보낸다. 멋쩍게 보낸 선물에 어떤 심산으로 여성의 날이라고 화이팅이라고 함께 동봉한다. 보내고 나니 덜컥 겁이 난다.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한없이 작아져버린다. 무참히 짓밟힌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다. 이런 긴장감이 그리웠고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다. 다행히.

그녀가 좋아한다.

백잔도 보내줄 수 있다. 보내주고 싶다. 가만..백잔.. 살돈이..? 앞으로 차근차근 백잔을 사줄 수 있다. 천천히 어차피 한번에 백잔 다 못마실껀데 뭐. 나는 꾸밈없이 다가가고 싶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 그녀도 있는 그대로를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을 기대하기란 너무 쉽지 않다. 나는 포장되기 마련이고 포장되어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회이며 포장을 안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다.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어쩔수 없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나 조차도 어떤모습인지 잘 모를때가 많다.

멍..하니 앉아 있다고 했다.

한 백명쯤 있었던거 같다. 그때 당시 내 머리속에 내가. 백명의 내가 각자의 의견을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가자, 아니다, 지금이다,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라, 수없이 많은 생각이 뒤엉켜 버린다. 사실은 정말로 그곳에 갈까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러운것 같았다. 지금가서 뭘 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녀가 원하는게 뭔지 알 수 없는건 당연한거고 그렇다면 최대한의 배려라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너무 나도 같이 멍..이라도 때리고 있었으면 싶었다. 정말 그러라면 그럴수도 있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멍..을 때린다는건 오래된 연인들이 할 수 있는 하이레벨의 데이트라고 생각한다. 부러웠고 그런 내 모습을 가지고 싶었다.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일 밖에는 할수있는것이 없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녀가 조금조금 이야기를 흘려줄때마다 아는 아직 아무것도 상상할수 없다. 내가 정말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더 많은것을 알아가고 싶다. 그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모를 남겨줘요..라고 했다.

예? 무슨 메모요? 책사이에요 라고 했지만 어떤 메모인지 알 수 없다. 책의 중요한 부분? 감명깊었던 부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어떤 메모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메모 대신에 편지를 써볼까 한다. 할 수 있는건 다 하고 그 중에서 그녀가 원하던 메모가 있겠지라는..다소 대중없는 계획을 그려본다. 다음주다. 만난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떤다. 무슨 얘기를 해야 좋아할까. 넌센스를 좋아한다 했다. 넌센스를 좀 찾아갈까.하지만 대부분 알 기세다. 맨날 가서 넌센스만 하고 앉아 있을수만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 정도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이래서 미리미리 연애를 많이 해봐야 되는건데..라는 후회도 해보지만 별수 없다. 아직까지 매끄럽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굉장히 서툰 초보였고 그녀는 그것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것 같다. 차라리 내가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좋아했으면 속이라도 편할것이다.

45개의 숫자중에 6개의 숫자를 맞추는 것이 우리나라 로터리 당첨방식이다.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다. 이번 인연 또한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등 당첨만큼 소중하고 기쁠것이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 시피. 1등 당첨은 무지하게 어려운것이고 내가 그 길을 걷고 있지만 그런 기쁨으로 살아간다. 그런 희망으로 살아간다. 6개의 숫자가 찍힌 영수증 종이를 움켜쥔채 당첨번호 확인하는 날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고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전화를 꼭 움켜쥐고선 그녀에게 연락오는 날만 바라보며 그렇게 살고 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