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입니다. 나도 남자예요.
더 잘보이고 싶고 비루한 현실보다는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게 사실이예요.
비싼 옷에 고급 엑세사리로 한껏 치장하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불만이라는건 아니예요.
비록 비싼 옷, 고급 브랜드를 입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아직도 아버지를 빌어먹고 사는 처지에서
이 이상, 더는 바라지도 않아요.
운이 좋게도 보통보다 더 어린 나이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법보다,
더 많은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어요.
안좋게 이야기 하자면 욕심, 야망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이 세상엔 감사만 해도 충분히 바쁘게 살아갈 수 있었고,
전 그런 생활에 익숙한게 사실이예요.
더 꾸민 모습으로 다가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분에 넘치는 비싼 옷을 사서 입을 수도 있을테고
평생 먹어보지 못한 가격의 레스토랑에서 저를 포장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소개팅이라는건,
누군가는 짧은 시간동안 상대를 파악해야하고,
누군가는 그런 시간동안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 자리니까요.
잠시라도 주춤했다간
시간을 잃을 수도, 기회를 잃을 수도, 사람을 잃을 수도,
결국 인연까지 잃어 버릴 수 있는 거니까요.
보통의 경우가 그렇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어요. 아니,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시간을 얻었고, 특별한 기회를 얻었고
그렇게,
특별한 사람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 모든게 특별한 인연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더욱 꾸밈없이 저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가감없이, 꾸밈없이, 특별한 사람을 만난 만큼 솔직한 저를 더 보여주고, 솔직히
상대방도 그런 제 모습을 좋아하기를 꿈꿔왔어요.
바보같게도,
그런 방법이 요즘 같은 시대에 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자기를 포장해야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도태되고 퇴화되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다들 이야기 했어요.
사라지겠어요.
이런 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면
사라지는게 나을꺼예요.
항상 절 포장한 자신도,
그렇게 포장한 제 자신을 제가 사랑할 자신도,
그리고
그런 제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저를 누군가가 사랑하도록 설득할 자신은
더더욱 없어요.
그런게
더욱 벌거벗긴 제 모습에 집착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하나 중요한건 이런 상황이 항상 위대한 도전처럼 느껴지는게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는 젊은 청춘남녀의 '평범한' 사랑이야기 였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하면 할 수록, 혹시나하며 또 다른 인연을 찾을 때마다,
그런 제 모습은 특별함 혹은 다름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런 사람도 있더라 하는
후문으로만 남게 된다는 거예요.
그럼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더 이상 누구와도 사랑할 수 없는건가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