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난다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가끔씩 사람들은 그냥 여행이 아닌,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체로 목적지가 분명한 여행은 그 목적지가 가진 것 딱 그 정도 혹은 그 보다 조금 적은 것을 얻고 오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목적지가 가진 것 훨씬 아래이거나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게 될 때가 많다. 여하튼, 나도 가끔은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대게 그냥 여행이 아닌 "길"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먼 길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정해져 있지 않으니 이거 참, 가늠하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아무 개념도 없으니 뭐가 먼 길이고 뭐가 아닌지 기준이 없겠다. 기준이 없으니 참, 애매하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뭐든지 흐르는대로 흐르면 오히려 확실하고 편한 법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 "길"을 떠나게 되면 흡사, "길"이라 말할 수 있는 "길"은 "길"이 아니다, 이따위 느낌이 든단 말이다. 그래서 욕지거리가 하고 싶어서 시원하게 한 번 내 뱉고 나면 걷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그렇게 걸어오게 된 수많은 길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이자 부정할 수 없는 증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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