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24 November 2012

심야


까짓거, 소주 한 두 병쯤이야 얻어마시던, 빌어 마시던

내가 돈이 없어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깔끔하게 일을 마치고 바쁘게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무언가 다른 길로 새어 나가고 싶은 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대게는 "한 잔"이 생각나는 날이 거나,

누군가와 나누고픈 "한 마디"가 절실한 날일 수도 있다.


거친 병뚜껑을 왼손 검지가 빨개지도록 쩔쩔매며 열어 젖히면,

상쾌한 소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찌그러진 병뚜껑은 늘어만 가고,

빈 잔 너머엔 텅 빈 자리만 남아 있다.


그렇게 고요해지면 하얗게 비어있는 종이 위에,

몇 글자만이 걸음마하듯이 적혀있다.


역시나 ㅡ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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