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6 December 2013

번데기

침대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팔과 다리가 친밀하게 붙어있어야 잘 수 있다. 나쁘지 않다. 살과 살이 가까워지면 더 따뜻하다. 한 쪽엔 전원이 꺼져있는 핸드폰이 있다. 켜고 싶지 않다. 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작은 이불 속에서 가느다란 실을 토해내는대신 끊임없이 생각을 토해내고 있다. 번데기처럼. 점점 그 안에 갖혀 모든 것들이 차단되어 버린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 누워 머리, 심장, 팔, 다리 모두를 천천히 녹여낸다. 고치안이 찰랑찰랑해진 지금 나는 또 다른 선택을 통해 변태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다 했고 듣는 사람도 들을만큼 들었으리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여러가지 감정이 튀어나왔고 그 모든 것들이 뒤섞였다. 사는 것이 치열했고 살아갈 날도 치열할 것이다. 누군가의 1초를 팔아 나의 1초를 보전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지금 주어진 단 1초도 살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누군가가 했던 일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뒤집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치안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연속적인 시간 속에서 이러진 하나의 끈을 찾으려고 한다. 아직은 고치에서 나올 때가 아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