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1 May 2014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대학생때. 지루한 생활에 종지부를 찍어줄만한 것들을 찾으러 다니다가 만났다. 그녀도 그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루하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곧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매일 해가 뜨는 것 외에는 모든것이 곧 지루해진다. 그저 내 생각이다. 나는 곧장 다른 것들을 찾아 다녔다. 지루한 건 바쁜 것 보다 싫다. 그러다가 그 여자와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지루해진다. 그녀를 빼고.

같이 휴대전화를 사려고 갔었다. 똑같은 걸로 사기로 했다. 그래서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골랐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에게. 미납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내 신용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돈은 충분치 않았고 요금을 꼬박꼬박 제 날짜에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똑같은 휴대전화를 사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나이 서른 가까이 되서 병신같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게 뭐라고. 그날 저녁 급하게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물론 내용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병신같이. 아빠라는 자양분을 빨아먹다가 숙주와 함께 죽어버리는 기생충이다. 다음날 아침 아빠는 기생충을 보고도 모른채 했지만, 아들을 보고는 모른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충분한 돈이 없었다. 그래서 저금통을 깼다. 그딴 커플 휴대전화를 사자고 그랬다. 정말 그랬다. 쪼르르가서 냉큼 샀다. 정말 그랬다. 기생하는 마당에 앞뒤 가리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손톱이라도 빼갔을 것이다. 아마 빼줬을 것이다.

말장난은 하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돈이 필요했고, 달라고 했고, 모자랐지만 어쨋든 채워서 줬고, 필요한 걸 샀고, 누군가는 필요한 걸 사지 못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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