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9 February 2012

#5 성원이의 옥탑방 이야기 <등유가 없는 밤은 춥다>


어엿한 백수, 아직은 겨울

                                          이성원


우리는 졸업식을 통해 대학생을 벗어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그래서.

달라진건 없다. 여전히 우리는 달려가야 할 곳을 향해 부단히 달리고 있다.

그런데.

시준이가 오늘은 왠지 춥다는 이야기를 했고.

결국.

난로의 기름이 다 떨어져버렸다.

매섭게 발이 시리다.



라는 시를 써도 좋을 만큼 새벽공기가 차다. 기름도 없다.

이 늦은 시각에 사올 곳도 없거니와 비싸서 사기도 싫지만

먹고사는 일이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추운 겨울 따뜻함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기름 한 통, 연탄 한 장 걱정하는 사람들이

우리 뿐이겠는가.

아무튼 졸업과 동시에 나는 이제 떳떳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백수라는 지위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제 무조건 앞만보고 달린다. 달려야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붙잡고 늘어져서 내가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생각들, 감정들을 털어내고 털어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털어내고 있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없이 털어내는 생각들과 감정들은,

내 발 밑에 차곡차곡, 켜켜히 쌓여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썩어 들어갈 것이며

그렇게 쌓여서 썩어서 문드러져서는 결국,

내가 더 커나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아래에 쌓여가는 생각과 감정들이, 아직은 모자라다.

아직도 이렇게 발이 시린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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