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피곤한 몸으로 어둑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몸과 마음이 지친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때일수록 휴게소는 멀고도 먼 법이다.
다름 휴게소까지는 31.0km
젠장 멀기도 멀다. 이야기하기도 지겹고 혼잣말하기도 지겹고 라디오 속 노랫소리도 지겹다.
단지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이어진 길만을 휴게소 하나만을 보며 달렸고
휴게소 불빛만으로도 지겨움과 피곤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문득,
통유리창안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순간 침이 고인다. 한 젓가락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난 칼국수를 좋아한다.
잽싸게 식당으로 들어가 얼큰칼국수를 시킨다.
뜨겁고 걸죽하고 얼큰한 국물을 후후 불며 들이키고
김치 한 조각과 함께 면을 무겁게 떠서 후루룩 입가가 뜨거울 정도로 면을 집에 넣는다
김치의 아삭함이 칼국수면의 부드러움을 헤치고 들려오고
입안 가득 그 맛이 퍼져 나간다.
이 맛이다.
그러다 문득 칼국수를 싫어한다던 네가 생각이 났다.
왜 이 맛있는 걸 싫어할까. 잠시 생각해보다가 다시 입안 가득 면과 김치, 감자 등을 밀어 넣는다.
그러다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이 칼국수 때문에 우리가 싸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허기진 오후 나는 칼국수가 먹고 싶고 너는 칼국수를 싫어한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이 있기에
서로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우리도 손바닥만한 밥그릇 때문에 토라지고 말까? 상상해본다.
그러다 다시 칼국수를 들이키듯 먹는다. 웃겼다.
널 생각하면 칼국수 따위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아무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은. 세상마저도 버릴만큼 대상에 대해 무서운 소유욕을 가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웃겼다.
칼국수를 먹으면서 할 생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남은 국물을 들이키며 네가 몹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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