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2 December 2013

12/21

생일이라고 축하인사를 받는다.
이 날 힘들게 애쓰고 재주부린건 부모님인데
축하말은 매년 내가 받으니까 뭔가 무안하고 쑥쓰럽고 그렇다.

내가 알고 있는 외부와의 채널에 대해서 모두 차단하고 숨듯이 생활한다. 숨은거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 대한 생각만을 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향도 받지 않으면서 생각하는 일은 나에게 그만큼이나 어렵다.

2013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나의 20대도 지나가고 있는데
또 한 번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이렇게 극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런 결정은 대게 나에게 너무 어렵거나 힘들다. 아홉수라 그런가.

학교 도서관에 오면 좋은 점이 많이 있다. 옛날 생각도 나고 파릇파릇 학생들도 있고 조용하고 먹을 것도 많고 여유가 생긴다. 집에서 방에 틀어박혀 이런저런 생각을 음산하게 하는 것보다 날 더욱 깨어있게 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무심코 확인하는 휴대전화에 많은 연락이 와있다.
전화, 문자, 카톡, 메일, 페이스북 알림, 각종 업데이트 소식 등.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전원을 끈다. 텔레비젼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다. 방해된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다. 제발. 아무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나긴 주말을 보내면서 나의 모든 기능은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었고 괜찮다 싶을만큼은 정지한채로 있었다고 생각한다. 2년전 그 때처럼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결론이 나왔다. 아마 결론은 조금더 일찍 나와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결론을 내가 스스로 받아들이는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일 수도 있다. 결국은 알수없는게 인생이다.

결정을 했고 나 자신도 설득했지만 아직 개운하지 않다. 마음 속이 무겁다. 밥이 잘 안넘어가는 그런 무거움이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있어서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정 이 후의 상황에 대해 난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가. 나는 그정도 되는 사람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매 순간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선택의 주체는 나이지만 그 선택에 영향을 주는 주위요소들이 많다. 마치 주식회사처럼 '나'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물론 내가 최대주주이지만 다른 주주들도 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수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나는 '나'에 대한 최종선택을 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함께 있었다. 간단한 이야기들부터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까지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산책을하고 집안일을 했다. 누나의 휴직 아빠의 퇴직 나의 휴식이 겹치면서 4식구가 모두 모여 있을 수 있었다. 이렇게 모여있는 것이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닐텐데 그래도 오랜만에 모여있는 모습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기분 좋은 이야기들만 오고 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성이 높아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분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이었다. 나와는 많은 부분 생각이 맞지 않았고 서로의 의견차이를 좁히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나의 삶이 그들과 같기를 원하고 나는 나의 삶이 그들과는 조금 다르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라도 확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나에게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이유를 더이상 찾지 못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지 나도 아직 알지 못한다. 이정도는 되야 고민이고 인생이지. 라고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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