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6 April 2014

피함

밀려있는 연락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내 양심을 끊임없이 찌르던 빨간 숫자들을 줄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까지 확인한건 아니다. 그저 기계적으로 숫자만 줄여나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을 없애고 난 후 더 이상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 사라졌다고만 생각해서 나름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상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그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종종 때로는 자주. 그래서 그럴때마다 휴대전화를 저 멀리 두고 가볍게 소리를 죽여 놓는다. 내가 그 기계를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행여 연락이 왔어도 거기에 답장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하는 순간 여기저기 더럽게 흔적을 남겨둔 부재중, 문자, 알림들은 내 심장을 죄고 나를 더욱 도망치게 만든다. 나는 도망치고 싶다. 당당히 맞서 싸워 하나둘씩 무찌르고 싶지 않다. 피하는게 편하고 피하는게 더 좋다. 피하고 싶은게 나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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