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9 January 2015

밋밋하게 별 특이한 것도 없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짧게나마 했던 나름의 방황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다행히도 하나마나한 짓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욕심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좌절했었던 시절에 얻은 우연찮은 공백은 나에게 서투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는 것에 서툴렀고, 술 앞에서 서툴렀고, 친구들 사이에서 서툴렀고, 연애에도 서툴렀다. 온통 흔들흔들거리고 이리저리 부딫혀서 생채기 투성이었던 시절이었고 링 위에 뻗어버린 복서처럼 내키는대로 드러누워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을 세는 사람도 없었고 일어나라고 응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가지지 않는 관심에 감사하며, 사실은 외롭게 버려버린 것들이 많았고 그만큼 남아도는 시간을 헤아릴 수 도 없이 흥청망청 흘리고 다니는 것에 익숙했었다. 십대 청소년이나 할 법한 독백을 성장기 호로몬 냄새 풍기듯 여기저기 흩뿌리며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 것이 그 당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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